제가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입니다. 저와 세살 터울인 형이 대학 입학을 하면서 부모님께서 큰 맘 잡수시고 컴퓨터를 사주셨던 것을 제가 몰래 몰래 사용한 것이 컴퓨터 사용의 시발점입니다. 그때 제 기억으로는 삼보컴퓨터였고, 모뎀과 3.2인치 플로피 디스켓이 있는 그리고 허큘리스 방식인가 하는 모니터를 갖고 있는 컴퓨터였지요. 이때부터 사용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추억을 다섯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한글꼬마와 한글3.0b
한글과 컴퓨터에서 나온 워드프로세서 중에 한글꼬마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도스 기반의 한글1.5에서 한글2.0으로 업그레이드될 때의 일로 기억하는데요. 한글2.0 버전에서 기본적인 편집 기능만을 갖고 출시된 것이 한글꼬마였을 겁니다.
한글1.5의 조악한(?) 편집기능을 한번에 불식시킬만큼의 파워풀하고 미려한 편집환경은 충격이었습니다. 글꼴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글자크기와 기타 다양한 편집기능들. 아~ 워드프로세스라는 게 이런거구나, 라고 느낄 만큼의 강력한 소프트웨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후 윈도우95가 나오고 한글3.0b가 출시되면서 한글꼬마의 기억은 저편으로 남게되었고, 회사에 들어오면서 워드의 등살에 밀려 이제 한글은 간혹가다 사용하는 그런 애플리케이션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글꼬마와 한글3.0b 당시에 외워놓았던 단축키들 중 지금까지도 사용되는 것들이 있을 정도로, 한글꼬마와 한글3.0b는 저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사한 소프트웨어입니다.
2. 윈도우95
정상적으로 설치해서 사용하려면 95번 정도의 시행착오를 각오해야할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최초 품질이 조악했던 원도우95는 저에게 정말 특별한 소프트웨어입니다. 형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던 윈도우3.1을 제가 허락도 받지 않고 윈도우95로 업그레이드 했다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데이터를 모두 날렸다고 원망을 들었던 일이 기억 납니다.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우와~ 이렇게 신기할 수가~'라고 생각할 만큼의 혁신적인(?) GUI.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윈도우95를 설치하고, 모델을 설정하던 그 기억. 지뢰찾기와 프리쉘을 하면서 밤을 새던 그 기억. Qbasic이라는 내장된 프로그래밍 언어의 한귀퉁이에서 찾아 실행하던 Snake라는 게임으로 밤새며 대전을 했던 기억 등등. 윈도우95는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남겨 주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윈도우95가 맥을 모사하여 만들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OS가 윈도우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유닉스와 리눅스가 있기는 했어도, 개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완전불편덩어리였기에, 개인용PC의 최고봉이 윈도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윈도우의 성능과 컴퓨터 세상에서 기여하는 바는 정말 정말 크지만, 그때 가졌던 동경과 환희는 많이 잊혀지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약간은 MS 비판적으로 바뀌었다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도우95가 준 사용의 편리성과 풍부한 애플리케이션 지원성, 그리고 게임의 세상에 빠지게 했던 그 기억은 오래오래 간직될 것 같습니다.
3. 유니텔 접속 프로그램
하이텔, 천리안 등과 같은 통신사가 주가를 한참 높이고 있을 때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시작된 유니텔이 나름 미려하고 혁신적인 GUI로 무장하고 등장했습니다. 검정색 배경에 색동저고리 색을 가지고 있던 U자를 지금도 기억하고, 학교 선배가 유니텔에 인턴으로 들어갔다라면서 나눠주었던 검정색 T셔츠를 정말 잘 입고 다녔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리고 잊지 못할 것은 지금의 마눌님을 유니텔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유니텔은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소프트웨어임에 틀림없습니다. 제 결혼의 중매를 유니텔이 해 준 셈이니까요.
4. 대항해시대2, 디아블로 그리고 폴아웃
나이 먹을 만큼 먹고 이런 저런 세상의 쓴 맛을 본 후에 군대를 현역으로 입대하기로 결심하면서 정말 많은 게임들을 하고 살았습니다. 돈 없는 학생의 신분이었지만, 그때 게임을 정품으로 참 많이 사서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도 많이 구해서 했습니다. 그때는 PC통신 게시판에서 CD한장에 십여개의 게임을 넣어서 1만원에 팔던 업자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그 업자들의 CD리스트를 입수해 소프트웨어와 게임을 불법으로 많이 사서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즐겼던 수많은 게임들 중 저는 롤플레잉을 주로 했습니다. 대항해시대2만 빼고요. 시뮬레이션은 원래 안좋아하는데, 대항의 시대2는 정말 미친듯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시간 롤플레잉의 대명사 디아블로 시리즈와 턴키방식의 폴아웃도 완전 미쳐서 했던 게임입니다. 특히 디아블로와 폴아웃은 한글판이 없어 안되는 영어를 사전찾아가면서 게임을 했을만큼 나름의 열정(?)도 있었답니다.
이런 게임을 밤새 즐기던 시기가 제 인생의 가장 행복하면서도 가장 많이 망가졌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때 공부를 했거나 취업준비를 잘 해 놓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이런 상상은 다 부질없는 일이지요.
5. 파이어폭스2
웹의 변화되 모습을 직접 느끼게 해 주고, 웹표준과 크로스브라우징 그리고 미래의 웹을 생각하게 해준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 바로 파이어폭스2입니다. 예전에는 넷스케이프를 주력 브라우저로 사용하다가, 언제부턴가 윈도우에 내장된 IE를 그냥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습관적으로 귀차니즘으로 사용한 것이지요. 이런 끼워팔기가 지금 우리나라의 IE 시장점유율을 높여 웹의 생태계를 망가뜨린 주범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때는 편리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주소가 길어서...
여기로..>
그러다가 파이어폭스2가 나오게 되었고, 이런 저런 사용하던 웹사이트들이 홀랑 깨지는 경험을 하면서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었죠. 웹사이트의 제작 방식이 문제고, IE가 문제라는 인식을 말이죠. 이런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하면서 웹의 생태계와 이러닝의 발전성까지 이르렀으니, 파폭2는 제 생각의 발전을 이루게 해준 멘토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 * *
간략하게 생각해 보니 제 컴퓨터와 웹사용 역사 중에 제게 영향을 미치고,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이 밖에도 대라고 한다면 의미를 부여하면서 구구절절 적을 소프트웨어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삶에 영향을 준 소프트웨어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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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 95 처음 봤을 때 진짜 충격과 공포였죠...
2009/10/18 17:01전 그때 초등학생이였는데, 아... 여지껏 배운 도스는 이제 무용지물인가? 나는 뭐하러 배웠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죠 ㅋ 3.1과 엄청나게 차이나는 화려함이란...
쪽빛마루님도 충격(?)을 받으셨더랬군요? 저도 그랬었답니다. 아마도 '맥'을 모르고 지내던 많은 사람들이 그랬지 싶습니다. ㅎㅎㅎ
2009/10/19 09:04아~ 옛날 생각나네요. 한글3.0b랑 윈도95는 제가 정품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들이었죠ㅎㅎ 한글 중에선 97 다음으로 3.0b를 제일 오래 쓴 듯해요 ㅎㅎ 윈도95..... 저도 초딩이었는데 고거 살라고 용돈 모아서 6만원주고 중고샀던 기억이 나네요. 6만원이면 지금도 저한테 적지 않은 돈인데 그때 6만원이 어디서 났는지 ㅋㅋ
2009/11/14 14:00재밌게보고가요
한글3.0b를 아시는 것으로 보면 나이대를 대략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 그나저나 그 큰 돈으로 구매를 하셨다니... 진정한 용자이십니다.
2009/10/19 09:05추억의 유니텔 화면 ㅋㅋㅋ 옛날 생각나네요~
2009/10/18 22:42유니텔을 많이 사용하셨었나봐요? ^^ 제게는 정말 큰 추억이 담긴 소프트웨어입니다.
2009/10/19 09:05거의 비슷하군여, 유니텔과 천리안 뭐 그정도 차이구여
2009/10/19 03:43그러시군요.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의 추억이 있나 봅니다. 그래서 더 반갑고요~ ^^
2009/10/19 09:06윈95 까느라 날밤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군요. ㅋ
2009/10/19 07:35저는 다행이 설치하느라 밤샌적은 없었답니다. ^^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요...헤헤헤
2009/10/19 09:061. Visicalc : 애플에서 접한 스프레이드 쉬트로 범용 소프트웨어란 어떤 형태로 가야하는지를 가르쳐주었던 것 같습니다.
2009/10/19 22:482. 사임당 : 성공은 못했지만 아래한글 보다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이미 위즈위그를 구현한 현대워드를 접한 상황이라, 아래한글은 그리 신선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래한글의 명조 글꼴 또한 현대 한글에서 베낀거였구요. 아래한글 보다 조금 늦게나왔지만 사임당이 더 진보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거 개발하신 팀장님이 지금 V3 개발 총괄하실걸요. 사장님은 띵크프리 만든 이후에 오디가셨는지 모름 ;;
3. hmail -> pc serve -> 천리안 : 데이콤에서 서비스한 이 서비스들과 인연이 좀 깊은 편이죠. 특히, pc serve 개발팀의 열정적인 자세에서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후로 pc serve 개발팀만큼 열심히 개발하고, 고객에게 귀기울이는 개발팀을 본적이 없습니다. hmail을 통해서 엠팔분들과 인연을 맺에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것도 참 징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
4. solaris : 회사에서 쥬라기공원 서비스용으로 들여온 sun 워크스테이션에서 처음 www를 접했습니다. 연결속도 9600bps 전용선. 당시 겁나 빠르거였죠 ^^; 다중사용자 서비스용으로 사용된다는 것도 그렇고, X윈도우도 그렇고 참 여러모로 충격을 준 OS였던 것 같습니다.
5. 게임 제목이... : 가끔 게임 개발하는 후배들 만나면 하는 얘기지만... 현대의 게임들이 화려해지기는 했지만 기본 아이디어는 8비트 시절에 나왔던 게임에서 못벋어나는 경향도 있어보입니다. 애플에서 즐겼던 게임들 모두 재미났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솔리드웍스가 좀 재미나 보이기는 하는데 들여다 볼 여력이 없내요 ;;
댓글로 1개 포스팅 분량을 해 주셨네요. ^^ 감사합니다.
2009/10/20 11:37역시 나이와 연륜 그리고 컴과 함께 하신 세월이 고스란히 뭍어 나는 것 같습니다.
자격증 따셔야죠. 솔리드웍스 볼 여력이 있으시겠어요? ^^
중3때 컴을 시작해서 그렇지 나이는 그다지 많지는 ㅠ.ㅠ
2009/10/20 13:47자격증은 전기기능사 이후에 멈춘 상태내요. 여름 전후로 혼란기가 있어서 계획했던 거 반도 못할거 같아요. 그래도 일보 전진은 했다는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워드1급 필기 원고쓰느라고 죽을 맛 ㅠ.ㅠ
그러시군요... 나이가... ^^;;
2009/10/20 23:17성공적인 원고 작성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윈도 그림판을 첨봤을 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09/10/20 10:4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척인지 남인지는 기억안나지만 삼촌뻘인 아저씨가 저한테 그림테두리만 인쇄를 해줘서 색칠공부를 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나도 컴퓨터를 사게되면 그림판으로 테두리그려서 인쇄해서 색칠공부를 할테다! 하고 다짐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입한 컴퓨터는 바로 게임기가 되어있었어요
지금은 게임보단
백업&편집 용으로 그림판을 많이 써서 다행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토샵 다루는거에 관심만 있고 터치를 안하는 저에겐 그림판은 소중해요~
그림판. 간편하면서도 유용한 소프트웨어죠. ^^
2009/10/20 11:38후앙후앙님께는 그림판이 완소소인가보네요.
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