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이러닝 컨텐츠기획/관리 업무를 하는 OOO이라고 합니다.
이러닝 관련 블로그중에는 단연 엉뚱이님의 블로그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글 하나하나마다 정말 식견이 높은 분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몇가지 질문에 대한 좋은 의견을 들을 수 없을까 해서 문의를 드립니다. 구체적인 특정 상황은 가급적 생략하고 원론적인 부분만 언급하겠습니다.
* 첫번째 상황.
어떤 기능을 두고 설계자와 개발자간에 논쟁이 있습니다.
설계자는 어떤 기능을 넣어달라고 하며 개발자는 그 기능을 넣지 말자고 합니다. 서로간 그런 주장을 하는 자잘한 이유들이 있지만 결국 마지막에 부딪치는 주장이, '이 기능이 더 있어서 학습자에게 나쁜점(불편한점)은 하나도 없다.' VS '이 기능이 굳이 없어도 불편할 학습자는 아무도 없다.' 만 남아있는 경우,
이런 상황에서 엉뚱이님께서는 어느쪽의 손을 들어주실 것이며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하실 것인지 궁금합니다.
* 두번째 상황.
또 어떤 기능을 두고 설계자와 개발자간에 논쟁이 있습니다.
설계자는 이 기능이 매우 학습에 도움이 되어 꼭 필요하다고 하고 이것에 모두가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 기능을 넣기 위해서는 액티브X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자는 이 기능을 빼자고 합니다, 실제로 학습자들에게 가장 많은 문의가 오는 부분이 액티브X 문제이고 민원 발생율이 높습니다. 학습자에게 특정 설정(사이트의 신뢰된 사이트 등록, 보안설정 약화 및 방화벽 오프, 액티브X 관련 설정 허용)을 강요해야 하며 웹표준에 맞지 않는 이유도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이 기능은 학습자에게 도움이 되니 넣어야한다' VS '이 기능은 학습자의 불편함을 증가시킬 소지가 있어 넣지말아야 한다.' 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엉뚱이님께서는 어느쪽의 손을 들어주실 것이며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하실 것인지 궁금합니다.
* 세번째 상황.
또 어떤 기능을 두고 설계자와 개발자간에 논쟁이 있습니다.
이 기능은 학습자의 보조학습 및 재미요소 관련 기능입니다. 설계자는 컨텐츠가 재미있고 보조학습이 많아야 학습효과가 높아진다고 하고, 개발자는 실제로 보조학습을 이용하는 학습자가 적고, 그런 요소에 대한 선호도도 낮으니 넣지 말자고 합니다. 비용증가에 따른 생산성 저하 등의 추가 요인도 다소 있습니다. 학습자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보조학습이 없는 메인강의중심의 심플한 컨텐츠형태를 훨씬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상태입니다.
이 논쟁의 핵심은 '학습효과를 높인다고 판단되는 방법을 써야한다.' VS '학습자가 원하지 않고 사용율도 낮으니 사용자 요구에 맞춰주는 방향이 낫다.' 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엉뚱이님께서는 어느쪽의 손을 들어주실 것이며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하실 것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답변이라기 보다는 저의 의견을 드려야겠네요. 너무 민감하고 정확하게 답이 없는 주제에 대한 질문이라 조심스럽긴 합니다.
말씀하신 상황별로 답변을 드리기 보다는 전체적인 의사결정 기준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상황은 주어진 맥락하에서 판단을 해야 정확할 수 있습니다. 그냥 제 개인적인 접근방법이라는 점을 유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질문하신 내용에는 정답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 글도 결론이 없습니다. 그냥 제 생각의 나열입니다.
1. 설계와 개발의 우선순위 문제
저는 설계와 개발 간의 이견이 발생할 경우 '개발'에 초점을 두는 편입니다. 물론 여기서도 정말 중요한 이슈사항인 경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꼭 이건 하라고 한다라는 요구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양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여기서 고객이란 '학습자'가 아닙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를 의미합니다. 발주자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고객이 꼭 원하는 기능이 아니라면, 가급적 '개발'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학습자는 개발물을 보는 것이지 설계서(스토리보드)를 보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종적으로 학습자와 대면하는 것은 개발물인 콘텐츠입니다. 그래서 개발에 초점을 맞춥니다.
개발은 설계의 선행작업이 없다면 나오지 않겠지요. 설계는 개발을 위한 '사전작업'의 성격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중의 문제가 아니라 선후의 문제로 접근하면 됩니다.
또하나 명확하게 해 둘 것은 '학습자가 원하는 기능'의 판단기준입니다. 학습자와 더 '근접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직군이 설계 직군입니다. 개발자스러운 마인드보다는 설계자스러운 마인드가 조금 더 학습자에 가까울뿐이지 학습자의 생각과 같은 것은 아닙니다.
현재 이러닝의 학습자는 '불특정다수'입니다. 학습자의 개개인 특성(생물학적, 인지적, 사회적 등등)에 맞춰 맞춤형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학습자가 원할 것 같은 기능도 실제로는 원하지 않는 학습자도 있을 수 있다는 전제를 해야 합니다. 설계자의 말이 맞을수도, 개발자의 말이 맞을수도, 모두 맞을수도 있습니다.
상호작용이 많은 콘텐츠는 모든 학습자가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학습자의 성향, 성격, 현재 상황에 따라서 좋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언듯 답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이지만, '불특정다수'가 보는 콘텐츠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불필요한 논쟁, 갈등은 적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계속 문제가 붉어진다면? 의사결정권자가 결정한데로 따르라고 지시하세요. 때로는 폭압적인 접근이 문제해결에 가장 좋을 수 있습니다.
2. 속도와 품질의 우선순위 문제
최소한의 품질이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속도와 품질 중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속도'를 더 우선에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완벽하게 안다고 마감 가까이까지 붙들고 있는 경우와 일단 빨리 해 놓고 검토하면서 수정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한다고 해도 실수란 있는 법이고, 내가 잘 해도 내 윗사람들, 아니면 고객들의 관점은 나와 다르기 때문에 수정사항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완벽을 추구하느라 수정할 시간이 없다면? 실패한 프로젝트가 될 수 있습니다.
설계와 개발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콘텐츠의 퀄리티를 따지느라 내부에서 논쟁하고 개발을 오래오래 해도 고객의 입장에서, 학습자의 입장에서 보면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시간을 쓴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군인이 휴가 나오기 위해 1주일간 다림질 하고 전투화 닦아도 밖에서 보면 그냥 '휴가 나온 군인 중 한 명'으로 보이는 것과 유사할 수 있습니다.
정말 핵심적인 기능이 아닌 바에야 품질에 신경써 일정에 차질을 주기 보다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차선택을 선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렇게 일해왔고 살아왔습니다. 대충 타협하면서요.
시간이 지나고 내공이 더 쌓이면 속도도 빠르고 품질도 우수하게 되겠지요. 그러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3. 프로젝트와 사업성의 우선순위 문제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라는 것에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성공은 이해관계자들의 '만족'입니다. 이해관계자가 그 프로젝트의 성과가 어떠해야 하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결정됩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일정안에 싸고 문제없게 만들면 성공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팀이 속한 회사의 경영진은 이윤을 많이 남기는 것이 성공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관리자와 팀원은 이력서에 넣을 근사한 이력을 쌓는 것이 성공일 수 있습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성공했다 평가 받아도, 이해관계자별로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사업성의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팀은 일정에 맞게 좋은 품질의 산출물을 납품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성이 떨어집니다. 회사 경영진은 실패로 볼 것이고, 고객은 성공을 볼 것입니다. 따라서 프로젝트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고객과 회사 경영진의 만족 사이에서 적절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프로젝트가 성공 쪽으로 가까우면서도, 사업적으로 실패하지 않도록 보이는 노하우. 그게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설계와 개발을 하는 것도 결국에는 '서로 남겨 먹자고'하는 것입니다. 설계할 기능이, 개발할 기능이 이렇다 저렇다 내부에서 싸우기 앞서서 고객의 만족 지점은 무엇인가, 회사 경영진들의 만족지점은 무엇인가를 냉철하게 판단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역학관계 속에서 학습자를 어떻게 배려할 것이냐도 고민해야 하니 죽을 맛이긴 합니다.
* * *
답 없는 문제에 대한 제 생각을 두서 없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너무 어려운 질문을 주셨어요. 정답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 제 역량이 이런 정도의 답변 밖에 드릴 수 없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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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깔끔한 답변....저의 답변은....음.... 돈 많이 벌어다 주는 쪽에 손!!~ ^_^ 소장님께 정말 많은 분들이 다양한 질문을 하시는 군요...ㅎㅎ 주말 편히 보내셨나요? 똘똘한 친구는 구하셨는지요? ^^
2010/05/31 13:19많은 분들이 다양한 질문을 하시는건... 흠... 다 제 오지랖 덕(?)분이죠. ㅎㅎㅎ
2010/06/01 21:50정말 좋은 글이네요 *^^* 현업에서 정말 자주 부딪히는 부분이죠..
2010/06/01 06:53세세하게 들어가면 상황은 더욱 많지만.. 또 설계자와 개발자가 합의가 이루어 졌는데 디자이너와 부딪히는 경우도 있고 또 개발,설계,디자인 모두 합의 되었는데 내용전문가가 태클을 거는 경우가 있죠, 물론 내용전문가가 교수설계자이면 제일 바람직하지만 거의 대부분 그렇지를 못합니다.
보통 이러닝 컨텐츠를 개발할때 교수설계자는 교육공학을 전공한 전공자를 이용하기 때문인데요.
아무튼 저도 엉뚱이님과 동의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설계쪽 편을 많이 들어 주는 편이에요. .전 개발자 출신인데도 말이죠.. 이유는 크리에이티브함에 있습니다. 이러닝의 가장 커다란 단점은 생생한 현장감이 떨어지는 부분인데요, 이 부분과 또 교수 방법의 여러가지 기법에 대해서는 개발자 보다는 교수설계자가 좀 더 창의적인 듯 싶어요. 해서 설계자의 의도를 최대한 기술력으로 끌어 올려 반영을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개발자의 꼭 갖춰야할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법, 새로운 교수법 등이 개발 불가나 개발의 어려움으로 덮힐때가 많이 아쉬움을 많이 느낄 때가 있죠. 물론 엉뚱하고 너무 진보적인 설계자를 만나 곤혹 스러울 때도 많지만...아무튼 그 두사람을 잘 조율할 사람이 전체적인 PM을 맡아 준다면 보통 잘 개발이 이루어 지더라구요...
에고 글이 길어졌당.. *^^*
설계자들이 학습자의 조금 더 학습자 입장에서 생각할 여지가 있고, 먼저 고민을 한다는 점에서 보면 설계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도 그렇게 의사결정 하는 경우도 있고요.
2010/06/01 21:52그런데 간혹 보면 순수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UX를 구현하는 것이 설계에서 '기계적으로' 고민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오히려 더 크리에이티브하죠.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고 '맥락'과 '사업성'에 부합하느냐가 결정의 근거입니다. ^^
기~~~인 댓글 감사드려요!
첫번째 상황에서 기능이 있어도 불편한 점이 있다 없다의 관점에서 보다는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로
2010/06/01 09:23얼마만큼 되느냐로 판단하는건 어떨지 생각해봅니다.ㅎ
이런 어려운 상황에 정답이 있겠습니까?
2010/06/01 21:52오히려 깔끔한 해결책은 '판단해 주는 사람' 있는 경우입니다.
그냥 밀어부치면 되니까요.
까라면 까야 하는 분위기도 솔직히 도움이 되긴 합니다. ^^
설계자 실력이나 경력이 아주 떨어져 형편없지 않다면 설계자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0/06/03 14:25물론 실패할 수 도 있지만 그런 시도와 실패를 통해 발전하는 겁니다.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안된다. 이럴 것이다. 아니면 통상 이렇게 된다는 식으로 해버리면
교수설계의 발전이 없어집니다.
또한 여러번 부딪히다보면 교수설계자들은 그냥 포기하고 대충 만들자는 생각을 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내용전문가한테 걸리고 발주하는 담당자 한테 걸리고 내부 직원인 개발자 한테 걸리다보면
교수설계자들 창의적인 생각 자체를 하기 싫게 됩니다.
그러면 더 이상의 발전이 없습니다.
비록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끊임없이 시도해 보고 경험해보는 것이 전체의 발전을 가져올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설계우선'이었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뀌나 봅니다. 설계가 중요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설계가 다가 아니라는 쪽으로 생각이 많이 바뀐 편입니다. ^^
2010/06/04 20:00그러나 오해하지는 마세요. 저는 '콘텐츠가 경쟁력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랍니다. 설계가 아니라 '콘텐츠'가 중요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이러닝 서비스 분야에서 종사하는 설계자들도 이젠 웹표준과 접근성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하며 이런 원칙을 가지고 설계해야합니다. 예전 이러닝의 사례들을 보면 스토리텔링이다 해서 통플래시 엑티브X등으로 개발되어진 것들 현재 사용하지 못합니다. 이젠 콘테츠 중심에서 학습활동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교육공학자들도 스토리보드나 쓰는 것에서 벗어나 학습활동의 패턴을 적용할수 있는 플랫폼에 대해서 연구해야합니다. 참고로 원고는 내용전문가의 영역이고 스토리보드는 문서 잘다루는 사람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할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 입니다.
2012/01/18 09:30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활동' 중심으로 교육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말씀에 절대 공감합니다.
2012/01/18 10:14그래서 이런 글(http://heybears.com/2513012)도 쓴 적 있습니다. 읽어봐주시고, 좋은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