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기사 하나 보고 살짝 열 받았습니다. 전자신문에 국내 기업이 해외진출의 실패를 '표준화'에 두고 있는 듯 한 내용입니다.
기사를 읽어 보면 아시겠지만,대기업과 대학은 이러닝 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국내 이러닝 기업들이 표준화에 등한시해서 해외로 나가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러닝산업협회에서 주관했던 정책설명회에서도 언급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정부는 이러닝 수출에만 신경을 그리도 쓰고 있는 것일까요? 이제 국내 시장은 무르익을 데로 익고, 시장이 안정화가 되었기 때문에 달러를 벌고자 하는 것일까요?
이러닝의 해외수출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플랫폼입니다. 플랫폼을 먼저 수출하고 그 다음에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플랫폼은 SCORM과 IMS CC에 대해 인증을 받으면 수출할 수는 이습니다. 그런데 콘텐츠는 어떤가요? 표준화된 플랫폼에 맞추기 위해 표준화 규격을 사용하여 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당연히 연구개발이 필요한 것이고 이는 비용을 수반합니다.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는 살짝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플랫폼 보다는 콘텐츠를 로컬라이징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냥 언어만 한국어에서 영어로, 사우디아라비아어로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콘텐츠는 문화입니다. 문화에 맞춰 콘텐츠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표준화'만' 한다고 재사용되는게 아닙니다.
콘텐츠의 표준화에 대한 것도 논란이 있습니다. 그럼 생각해 봅시다. 대기업과 대학에서 콘텐츠를 만드나요?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아니면 프리랜서들이 만듭니다. 그냥 찍어내지요. 저렴한 가격에 빠듯한 일정에 그냥 찍어내는 것이 현재의 콘텐츠 개발의 모습입니다.
그러면서도 비주얼한 디자인과 새로운 교수설계안을 요구합니다. 요즘은 정책이 바뀌어서 교수설계에 대한 요구는 조금 덜 한다고 해도 속도의 증가와 비용의 감소는 어쩔 수 없는 대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표준화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닝 사업자들에게 먼저 표준화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뜯어 고치라고 하는게 맞습니다. 현재 국내 이러닝 서비스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플랫폼의 국제표준을 지키고 있나요? 공공영역에서 발주 나오는 몇 가지의 콘텐츠를 제외하고 국내 기업에서 표준화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요구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요?
콘텐츠 개발업체는 기업의 발주물량을 주식으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정책의 변화로 홍역을 앓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수출'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뿌리가 튼튼해야 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일부 대기업과 정부정책 위주의 산업은 결국 이러닝 서비스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고용보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는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문제야...쯧쯧쯧...'이라고 말하면서 대안없이 거리로 몰아내는 것도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정부가 세계화를 주도한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그에 맞춰 움직이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출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수출을 위한 지원을 하려면 마케팅에만 신경쓰지 말고,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으면 합니다.
바로 인력양성 말입니다. 이러닝 분야에 최적화된 전문 번역사 없는 현실에서 그냥 수출을 위한 표준화에만 집착하는 모습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닝이 내수시장으로만 먹고 살기에는 부족하다 느끼기 때문에 수출을 생각하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내수시장에서는 잘 먹고 살고 있나요? 국내만 생각하지 말고, 해외에 눈을 돌리라고 한다고 눈이 돌려지나요?
지금은 수출을 생각해 국내 이러닝 관련 기업들을 쪼아댈 시기가 아닙니다. 일단 업체들의 생존과 방향성 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혼란한 상황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정부와 대기업들은 손해 볼 생각 없이 그 하부구조들에게 비용과 책임을 떠 넘기려는 모습은 없었으면 합니다. 어떤 철학자의 말 대로 하부구조는 상부구조를 지배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방에 훅 갈 수 있는 하부구조가 생성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 이러닝의 선진화, 세계화 그리고 지속가능성은 요원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매출 규모 몇 백억, 몇 천억 단위의 이러닝 업체 몇 개가 살아 남아 있다고 해서 이러닝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성장률과 같은 수치는 수치일 뿐입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많은 것들을 간과한 채 수치와 실적에만 집착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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