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신입직원 가르칠 일이 없지만 예전에 신입직원을 가르치면서 강조했던 몇 가지 사항들이 있었습니다.
첫째, 문서작성의 습관을 잘 들여라.
둘째, 크게 봐라.
셋째, 작은 일에 충성하라.
위의 3가지 조건만 충족해도 이러닝 업계에서 신입으로써 사랑 받을 수 있을 겁니다.
1. 문서작성의 습관을 잘 들여라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이러닝 교수설계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정말 다양한 문서를 만들고 관리합니다. 요구사항 분석서, 과정설계서, 스토리보드(설계서), 일정표, 완료보고서, 제안서 등등 문서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과 같습니다.
신입 교수설계자가 가장 많이 만드는 문서는 ‘스토리보드(설계서)’이겠지요. 스토리보드 작성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성향 그리고 향후 발전성까지 보입니다.
작성해 놓은 스토리보드에 대한 피드백을 하면서 논리적 오류, 기능적 오류는 물론이고 아주 사소해 보이는 문서작성 습관까지 지적을 하는 편입니다. 초기 몇 번은 정말 꼼꼼하게 봐주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단련이 되면 차차 문서작성의 기술이 늘고 나중에는 검토할 필요가 없는 문서를 만들어 내더군요.
그래서 신입 교수설계자들은 약 한달 정도 이렇게 봐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문서작업 습관을 잘 잡아주지 않으면 나중에 고생하니, 신경써서 봐주는 편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 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이 경우 처음부터 잘 해서 지적을 안했는데, 나중에 섭섭해 하더군요. 왜 저는 피드백을 안해주느냐고. 지나가는 말로 ‘넌 처음부터 잘 했잖아~’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게 농담인 줄 알았나봅니다. 진짠데.
제가 문서작성 습관 중 중요하게 보는 것은 가독성과 재사용성입니다.
일단 문서는 무조건 가독성이 높아야 합니다. 특히 스토리보드(설계서)는 협업을 하는 다름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중요 수단이기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지면 안됩니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스토리보드는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못 알아듣게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혼자만의 언어로 작성해 놓은 스토리보드는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오해를 야기하며 결국 재작업과 같은 낭비를 초래합니다.
재사용성은 문서를 만들면서 의외로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스토리보드 작성하면서 문서를 하나만 만들고 끝날 것이 아니라 유사한 형식으로 여러 개의 문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재사용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시간의 소모가 심합니다. 반복적인 작업을 하면서 업무의 낭비가 심하지 않고, 손쉽게 재사용할 수 있는 문서, 머릿속에 딱 와닿지 않으시죠? 그렇게 문서를 만들어 보지 않아서 이해가 안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재사용성이 강화된 스토리보드는 생산성을 높여주고, 오류를 줄여 줍니다.
신입 때 이런 습관을 들여놓지 않으면 나중에 중요한 문서를 작업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이미 굳어진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테니까요.
2. 크게 봐라
스토리보드 작성은 이러닝 프로젝트 중 거의 말단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숲에 있는 나뭇잎 정도의 역할입니다. 아무리 신입이고 주어진 일이 스토리보드만 찍어내는(이바닥 용어로 ‘쳐낸다’라고 하죠) 일을 맡았어도, 숲을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숲을 보는 데 중요한 일이 바로 ‘프로젝트의 가격’을 아는 일입니다. 의외로 자기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얼마짜리인지 모르는 직원들이 많더라고요. 가격을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가격을 알아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요소, 가격대비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 등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숲을 보지 못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만 몰두하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생깁니다.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전체 프로젝트로 보면 성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 경우 불평불만에 쌓이게 되죠. ‘나는 이렇게 했는데…’ 그래서 신입일 수록 크게 보고 크게 생각하고 크게 행동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3. 작은 일에 충성하라
선배들은 신입직원에게 일부러 허드렛일을 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의 업무처리 능력이라든지 자세 그리고 센스 등을 봅니다. 신입 때는 ‘오기’와 ‘센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사랑받습니다. 오기는 성실함의 다른 면일 수도 있습니다. 하고야 만다라는 오기를 가지고 센스있게 행동하면 싫어할 선배들이 없겠지요.
작은 일에 충성하지 못하는 신입이라면 큰 일도 잘 해내기 어렵습니다.
* * *
경력자는 경력자이되, 무늬만 경력자인 경우에는 대부분 신입 때 잘못 배워서 그런 겁니다.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노력했다면 제대로 일할 수 있습니다. 본인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가르쳐주지 않은 선배들의 잘못도 큽니다. 배울 선배들이 없다고요? 이 문제는 이러닝 업계가 짊어지고 가야할 정말 큰 십자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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