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디유넷이 운영하는 TIQ라는 자격제도를 소개했습니다. 소개한 이유는 국내에는 수요가 거의 없을 것 같은 소프트웨어로 자격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오픈오피스입니다.
국내에도 오픈오피스로 IT능력을 검정할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국내에 얼마 도입이 안되어 생소하겠지만, ICDL이 가능합니다. ICDL이라는 것이 특정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아닌 '역량' 기반으로 시험을 볼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에 시험과목도 프레젠테이션, 스프레드시트, 데이터베이스 등으로 구분되어 있고, 이러한 '역량'을 검증 받기 위해 시험을 MS오피스, 오픈오피스 등 선택해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자격제도는 태생적으로 오픈오피스를 가지고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는 수요가 없는 관계로 오픈오피스 관련 과목도 없고, 시험 자체도 없습니다. 자격증 사업이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생기는 건데 오픈오피스의 저변이 거의 없으니 이걸 기반으로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도 없고, 당연히 공급자는 생돈 날려가면서까지 교육하고 시험보고 할 이유가 없지요.
<이미지 출처 : http://is.pasok.gr/si/software.html>
그런데 왜 우리나라(물론 전세계적으로 아직은)는 유독 MS오피스 외 다른 오피스에는 관심이 적을까요? 이를 달리 말하면 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적을까요?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첫째, 기업에서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픈오피스가 활성화 되고, 기업에서도 이를 정식으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채택이 된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관심 있는 일부 개인 사용자들만 활용을 하게 된다면 오픈오피스도 활성화는 요원해 보입니다. 일단 기업에서 원해야 초중고대학생들이 달려들거든요. 입시와 채용에 도움이 되야 사용할테니까요.
지금 30대 이상의 직장인들이야 뭘 써도 상관 없습니다. 이미 기존의 오피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오피스로 갈아탈 이유가 없습니다. 중요한 잠재고객은 아닙니다. 그러나 초중고대학생들은 아닙니다. 이들이 사용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에서는 오픈소스에 대한 인식이 성숙치 않아서, '기능이 훌륭하면 뭐하러 공짜로 그런 것들을 공개해서 사용하게 하겠냐?' '나중에 없어져 버리면 어떻게 하냐?' 등의 의문점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니 도입을 머뭇거리는 겁니다.
둘째, 교육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오픈오피스와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저변확대는 교사들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즉 교육(교사들이 교육의 주체임에는 확실하지만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변화할 수 있습니다)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공교육에서 이미지 편집을 위해 숙제를 내줄 때 '포토샵에서 ~~해 오세요.'라고 하면 안되는 겁니다. 포토샵을 개인이 정품으로 구입해서 숙제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죄다 암흑의 경로를 통해 얻어온 것으로 불법적인 활용을 할테니까요(이런 면에서는 저부터 벽보고 반성 중).
너무 상용프로그램을 당연하게 쎄벼와서 사용하는 풍토가 있다 보니 학교교육 현장에서도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보세요. 포토샵 강좌, 드림위버 강좌, 나모 강좌 등 상용 프로그램으로 매체를 제작하는 강좌들 밖에 없습니다. 오피스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대량으로 구입을 해 사용한다고 해도, 저런 매체 저작도구들은 구입을 많이 안하거든요. 그런데 턱 하니 교원연수 강좌에는 그렇게 하고 있으니. 애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집에서도 쉽고 무료로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는 포토샵이 아닌 다른 이미지 저작도구(Paint.NET, Gimp 등)를 교사가 소개하고 이를 숙제로 내주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 일 수 있을 겁니다. 엑셀로 시간표를 짜라고 하지 지 않고 스프레드시트로 짜라고 하면서 오픈오피스나 구글 닥스를 소개하면 아이들도 신기해(?) 하면서 자연스레 다른 오피스 도구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현시창(현실은 시궁창). 포토샵, 엑셀, 파워포인트라는 상용 프로그램을 지정하면서 숙제와 발표를 하라고 하는 게 우리네 현실이죠.
셋째, 정부도 관심이 없습니다.
IE only 웹사이트가 당연하고, 이것을 개선할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국가이니 두말하면 입 아픕니다. 요즘에는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국가에서도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하지 않으니 돈 안되는 기업이나 사용이 불편한 개인들은 더욱 관심이 멀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국가에서 행망에 사용하는 컴퓨터의 OS와 OA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바꾼다고 가정하면 우리 국민들의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과 지원, 그리고 대한민국의 오픈소스진영에 대한 세계적인 기여는 엄청날 것입니다.
오픈소스는 속된 말로 돈되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기관의 지원이 절실하거든요.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기업의 소프트웨어들로 도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 OS를 만들기 위해 특정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겨냥하여 카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실제로는 오픈소스를 상당 부분 참조하고 있음에도 말이죠. 국가가 시장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으니 그 시장에서 돈을 벌겠다고 전략을 세우는 건 당연합니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정부도, 기업도 그리고 교육도 뒤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오픈소스에 대한 인지는 거의 바닥 수준이고, 사용률 또한 처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교육과정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하고, 정부도 앞장서서 활용에 힘써야 합니다. 그러면 기업은 정부돈 따먹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겁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제가 오픈소스에 대한 대단한 신봉자처럼 느껴지고 있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둠의 소프트웨어 세상에서 희희낙낙 거리면서 살던 놈입니다. 그러나 파이어폭스와 우분투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고, 향후에는 오픈소스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국가의 기업의 개인의 경쟁력이 될 것 같은 삘이 왔기 때문에 조금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실천하고 있는 겁니다.
잠이 안와 새벽부터 글을 쓰다 지금에서야 마무리가 되네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픈소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겁니다. 우리 아이들의, 우리 직장인들의,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오픈소스에서 나올 날이 올 것을 기대하고 이에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은 마음에서 먼저 관심을 갖는 겁니다. 당연히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도 갖고 실천하고 할 겁니다. 여러분들도 이에 함께 동참하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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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입니다.
2009/08/14 19:10저는 비슷하지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엑셀로 계산을 한다, 포토샵으로 이미지 편집을 한다. 이런 특정 프로그램에 의한 획일화된 교육보다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큰 기능을 가르쳐 준 다음 각자의 프로그램에서 그 기능을 찾는 것이 더 좋은 교육같습니다.요즘 프로그램들은 모두가 비슷하거든요.
예를 들어 스프래드 시트의 함수 기능은 거의 대부분 비슷합니다. 엑셀이나 캘크나 구글 스프래드 시트나 모두 sum, average로 계산을 합니다. 포토샵이나 김프나 페인트, 펜슬, 크롭등의 툴은 동일합니다.
한가지 프로그램의 메뉴 위치를 가르쳐주는 것보다 이런 기능을 소개하고 자신이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연구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내 포토샵에는 이런 기능이 있는데 너의 김프에는 그런 플러그인이 있구나. 우리 조별발표는 워드로 하는 것보다 구글 Docs로 하는 것이 더욱 편리한걸..
제가 상상하는 이런 모습들이 현실화된다면 꼭 오픈소스의 보급이 아니더라도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겠죠.
말씀하신 방식으로 교육을 하면 정말 창의성과 다양성이 풍부해지겠네요. 그런데 교사들이 죽어날지도 모릅니다. ^^;; 5개면 5개, 10개면 10개 같은 기능을 하는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꿰뚫고 있어야 아이들의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을테니까요. 개별화 통합화된 꿈의 교육이네요. ^^ 답변 감사합니다.
2009/08/14 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