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2.0에 대한 단상

biz trends 2009/04/03 13:54 Posted by 엉뚱이
 
 
얼마전에 블살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출판2.0의 두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성공적으로 출판기념회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출판2.0을 진행하는 중에 몇 가지 문제점이 도출된 것 같더군요. 어차피 열린공간에서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니 이 부분에 대해서 제 생각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블살다 첫번째 책에 참여해서 글 한꼭지 썼고요, 이번 프로젝트 후원인으로 돈도 냈습니다. ^^ 그리고 블살다 프로젝트에 애정이 많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함께 계속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건설적인 비판으로 향후 더 고민하고 발전해 가는 블살다 프로젝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애정어린 마음으로 쓴 글이니 오해는 말아주세요.

두어없는 글이 길기까지 합니다.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제점1. 책의 퀄리티가 떨어진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출판2.0의 형태는 필진의 공개모집입니다. 출판사가 기획하여 저자를 섭외하거나, 필터링하는 과정 없이 '책 쓰고 싶은 사람 모이세요~'라고 외치면 '저요 저요'라고 손들고 후원금 얼마 입금하고 글을 씁니다. 그렇다 보니 글을 쓰는 사람의 경험과 실력도 천차만별이고 글쓰는 일정도 가지각색이라서 최종적으로 모여진 책의 품질이 들쑥날쑥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한정판 500부 정도 인쇄해서 집안잔치처럼 나눠 먹고 마는 형식이었다면, 이번에는 1000부 이상을 인쇄해서 전국유통을 목표로 하고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책의 품질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내고 사 보는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출판2.0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출판형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점2. 몇몇 사람만 개고생한다?

현재 출판2.0의 구조는 필진과 자원봉사자로만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필진은 손들고 내 이름 적힌 책 하나 내고 싶다는 의지와 나름의 욕심을 갖고 시작한 분들이니 본연의 이익만 취하면 된다지만, 문제는 자원봉사라는 형태입니다. 출판사처럼 기획자가 책을 기획한 목적에 맞도록 품질과 일정을 조절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의지를 갖고 있는 몇몇 분께서 진행을 위한 대략의 일정만 알려줄뿐 강제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습니다. 강제할 수 있는 무언가는 출판날짜 뿐입니다. 원고를 내야하는 날까지 퍼블리셔로 자체 편집한 것을 올리지 않으면 책 자체가 안나오니까요. 

여기서 문제가 또 발생하죠. 필진이 낸 오타와 잘못된 문맥은 누가 손보면서 검수할까요? 엄밀히 이야기하면 필진의 몫입니다. 당연하지요. 손들고 책 쓰겠다라고 모인 분들이니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낼 수 있는 퀄리티를 맞춰서 편집된 퍼블리셔를 넘겨줘야 하는 겁니다. 이 부분이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출판2.0의 본연의 취지가 살아나는건데, 필진으로 참여하신 분들 중에는 컴퓨터 작업에 익숙치 않거나,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거나 해서 완성도 있는 품질의 퍼블리셔를 제공하지 못하고, 나중에서야 급하게 이거 수정해 주세요 저거 수정해 주세요라고 구글 그룹스에 이메일로 회람만 합니다. 출판사의 담당자가 있다라고 한다면 그런 메일을 모두 체크해서 수정하겠지요. 오타나 문맥이 이상한 것 때문에 출판사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출판2.0은 출판사의 주인없이 협력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런 세심한 조정을 할 수 없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품질과 일정에 자신있는 분들만 참여해야 다른 사람이 고생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데 고맙게도 몇몇 자원봉사자 분들께서 이런 수고로움을 자청하여 일을 해주고 계십니다. 공짜로요. 게다가 듣기로는 원래 글 쓰려고 했던 것도 못 쓰면서 나머지 필진분들의 품질까지 책임져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군요. 결국에는 책의 품질도 떨어지고, 몇몇만 개고생(오해는 말아주세요. 그냥 광고카피 패러디입니다. ^^) 하게 되는 겁니다. 

* * *

이런 상황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저 나름대로 애정이 있는 프로젝트인 블살다의 출판2.0이기에 자름의 대안을 제시해 봅니다.

대안1. 실험은 끝났다. 블로고스는 플랫폼만 제공한다.

블로그로 살아남다 첫번째 책을 시작으로 벌써 2번째 책이 나왔고, 지금 세번째 네번째 책까지 기획과 실행단계에 있습니다. 이 모두 기존의 출판의 과정과는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제 생각에는 실험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가능성을 본 반면에 한계도 명확하지요. 한계는 위에 적은 문제점에 어느정도 나와 있으니 더 쓰지는 않겠습니다. 

블로고스는 출판사가 아닙니다. 출판2.0, 즉 협력형 자비출판의 대표 브랜드로만 남으면 됩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ISBN 번호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만 부여하면 되고, 출판2.0의 물꼬를 터준 장본인으로써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출판2.0 커뮤니티의 구축입니다.

커뮤니티를 만들어 커뮤니티 운영진을 구성하고, 커뮤니티에서는 출판2.0의 다양한 실험을 위한 장을 마련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몇몇이 제안하고 주도하는 형태를 이제 누구나가 할 수 있는 플랫폼만 제공하면 됩니다. A라는 사람이 특정한 주제를 위한 책을 제안하고, 같이 책을 쓸 사람을 직접 모으고, 직접 PM의 역할을 하면서 진행하는 플랫폼만 제공하면 되는 겁니다. 혼자서 A4 100장 넘는 분량의 내용을 다 집필하기 어렵기 때문에 협력해서 하는 겁니다. 혼자 글 쓸 수 있는 사람은 굳이 블로고스를 통해 할 필요도 없습니다. 출판사 찾아가서 협의하여 확정되면 책 내면 되니까요. 여러 명 모아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원하는 모든 사람이 진행할 수 있는 열린 출판2.0 커뮤니티의 중심을 블로고스가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안2. 기획의 아이디어, 편집과 검수 등에 대한 지원팀을 만들고, 출판시 이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비용을 지급한다. 더이상의 무료 자원봉사는 없다.

세상에 대가없는 진정한 자원봉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받지 않았을 뿐이지 마음 한켠의 흐뭇함으로 인해 보상은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것이 자원봉사의 대가입니다. 돈을 받지 않을 뿐이지 심적인 대가는 충분히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출판2.0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 분들은 대가가 무언가요? 지금 현재 흐믓하세요? 아니면 후회되세요? 마음이 흐믓하지 않으면 돈이라도 조금 벌면 위안이라도 될텐데 돈 좀 버셨나요? 

더 이상 지금과 같은 형태의 자원봉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고스를 열린 출판2.0 플랫폼으로 만들고 원하는 사람 누구나가 참여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누군가 대신 해주기를 기대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럼 기획도 잘 못하고, 퍼블리셔 편집도 잘 못하고, 저 같이 막눈이라서 오타도 잘 못찾는다면 출판2.0에 참여를 못하나요? 아니죠. 정당한 대가만 지불하면 됩니다. 그래서 자원봉사의 개념이 아닌 출판2.0 지원팀의 형태로 자원자를 받고, 이 분들이 진행되는 프로젝트별로 지원을 하는 겁니다. 지원비용은 일정부분 보상을 해야겠지요. 누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필진들입니다. 어차피 자비출판이잖아요. 내 돈 내고 내가 출판하는. 출판사가 대신 찍어주고 리스크도 대신 지어주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필진들이 져야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스킬이 부족한 부분 때문에 진입장벽을 주면 안되기 때문에 지원팀을 두자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후원금의 단위가 달라집니다. 지금 3만원의 후원금은 사실 얼마 안됩니다. 이거 내고 나는 글만 쓰고 이름만 내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실 첫번째 프로젝트 때 이런 생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생각했죠.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생업이 없나? 돈도 안되는데, 왜 저거하고 있지? 무슨 생고생이람?

그런데 책이 멋드러지게 나왔습니다. 생각보다는요. 그래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마케팅2.0이라는 모임에 참여하기로 하는 등의 발을 담갔습니다. 물론 지금은 활동을 적극적으로 못하죠. 이 부분은 이미 양해를 구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은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시작했으니까요. 두번째 책도 후원금까지 냈습니다. 글도 쓰면 쓸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바빴지요. 그런데 첫번째 처럼 그럼 글만 홀랑 쓰고 빠졌다가 책을 받고 싶지는 않더군요.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글 안썼습니다. 서평써달라고 해서 1시간 동안 필진님들 글 쭉 훝어보고 썼는데, 그게 추천사인가로 나갔다더군요. 글만 쓰고 빠지 미안해서 그냥 참여 못하겠다라고 했습니다. 후원금이요? 말그대로 후원금이잖아요? 그냥 후원했습니다. 3만원. 저는 술을 못 합니다만, 속된말로 안주 몇 접시 값이잖아요. 그냥 후원했습니다. 

자,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결론은 후원금이라는 이름을 쓰지 말고, 자비출판이라는 개념을 명확하고 분명하게 했으면 합니다. 후원은 큰 기대 안하고 도와주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책 받잖아요? 3만원의 싼 비용으로 내 글이 실린 그것도 ISBN 코드가 담겨있는 전국으로 유통되는 책 받으면 엄밀히 이야기하면 후원이 아니죠. 후원금을 30-50만원 정도로 하고, 인쇄와 관련된 실비를 제외한 표지, 편집, 검수, 기획 등의 업무는 지원팀에 의뢰를 한 후 적정한 비용으로 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지원을 하시는 분들도 본연의 생업이 있으실텐데 무턱대고 자원봉사의 형태로 프로젝트 지원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일테니, 나름의 수익원으로 출판2.0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하겠습니다.

* * *

너무 길어서 이 글을 다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블살다의 출판2.0에 애정으로 쓴 글이라 생각하시고 널리 양해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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