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닝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은 제가 누차 강조해 오던 것입니다. 제가 이러닝의 3요소로 꼽고 있는 학습자, 콘텐츠, 플랫폼에서만 봐도 콘텐츠는 교육의 3요소인 중 교수자와 학습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정도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죠.
이러닝 콘텐츠가 중요하기 때문에 교수설계자들은 이러닝 콘텐츠를 거시설계, 미시설계 등의 단계를 꼼꼼하게 진행해가면서 정성껏 만들어 갑니다. 이때 교수전략, 컨셉설정, 학습진행단계 설정, 에이전트 및 학습창 구조 설정 등도 함께 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교수설계자들이 흔히 하는 업무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교수설계자들이 이러닝 콘텐츠를 만들 때의 모습을 가만히 보면 생각보다 수동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고가 그렇게 나와서...', '내가 기획한 것이 아니라서...' 등의 이야기를 자주하는 모습에서도 수동적인 자세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닝 콘텐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교수설계자들 조차도 수동적인 자세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이러닝 콘텐츠의 기획을 내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해 온 것을 만드는 역할만 해 왔기 때문, 둘째, 내가 모르는 분야의 지식을 재구성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모르는 영역에 대한 두려움과 지식 생산에 대한 책임여부 등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 생각에는 첫째 이유가 더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만, 교수설계자의 역할이 지금 업계에서 하고 있는 '단순 교수설계'에 그치게 된다면 두번째 이유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설계자들은 이러닝 콘텐츠를 처음부터 기획하지 않아 왔습니다. 이러닝 콘텐츠의 대부분의 형태가 '발주-수주' 형태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기획되어진 일들만 처리해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 잘 하는 교수설계자는 기획을 잘 할 필요 없이 기획된 콘텐츠의 의도를 파악한 다음 그것을 재구성, 재구조화하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면 충분했고, 고객의 니즈와 프로젝트의 일정을 잘 관리하면 그것이
전부였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발주-수주'의 형태의 한계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이러닝 콘텐츠 업계에서는 '자체과정을 만들자'라는 니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래서 지금은 자체 과정을 보유하고 이것으로 돈을 벌는 업체들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이러닝 콘텐츠의 흐름도 변하고 있습니다. 남이 기획해 놓은 것을 만드는 역할에서 이제 내 것을 만들고자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누구일까요? 이러닝 업계에는 기획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일하는 사람이 별로 없죠. 이러닝 서비스를 하는 업체의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운영자, 개발자, 교수설계자 등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제 생각에는 남의 것을 만들 때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교수설계자들이 내 것을 만들 때에도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설계자들이 하는 일이 '기획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는 상품으로 기획되어 있는 것을 포장하는 기획이 전부였다면 이제 상품을 기획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품기획은 포장기획과 다르죠. 생각의 출발점도, 관점도,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도 많이 다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엉뚱이도 상품기획은 소질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포장기획만 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상품기획을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이 되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기획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프로세스도 잘 모르고, 현재는 그냥 '감(感)'으로만 기획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도 조금 후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획에 대해서 공부를 좀 더 해야할 것 같습니다.
수동적인 기획에서 능동적인 기획으로, 포장기획에서 상품기획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교수설계자들도 점점 설 자리가 좁아드는 그런 날이 올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하기도 해야하고, 저를 보고 있는 많은 후배들의 눈도 있기 때문에 저 스스로가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에 놓였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교수설계자분들은 이런 고민을 어떻게 극복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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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기획은 알맹이까지 기획하고, 포장기획은 껍딱만 기획하는 일이라고 본다면~ 현재 교수설계직능은 포장쪽이 맞는 것 같습니다. 책으로 치자면 교수설계는 북디자인(비쥬얼 보다는 내용쪽)쪽 같구요. 현재 일반적인 이러닝컨텐츠는 전문적인 기획자가 포지셔닝할 정도의 비용으로 개발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입시 관련 컨텐츠는 되야 원하시는 수준으로 전문화시킬 수 있는 예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희 회사 건물도 건물은 저희 회사 계열사건디~ 사무실은 입주사인 웅진씽크빅(조직중 일부만 있는거래요 ㅠ.ㅠ)이 더 많이써요 ^^;
2008/08/10 21:02교수설계자들이 포장기획을 넘어서야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제 밑에 있는 파트원들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내용이기도 하고요.
2008/08/11 09:08이러닝의 사업 구조가 발주-수주의 형태로 지속되다보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죠. 포장만 잘 하면 되니까요. 그런 현실을 빨리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현재의 교수설계자가 전문적인 상품 기획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몇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2008/08/11 11:041. 시간의 문제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부문의 상품을 기획할 때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입니다. 현재 포장기획 형태의 4주짜리 컨텐츠를 만드는데 3개월정도가 소요된다고 보았을 때 상품기획의 단계가 심화되면 5~6개월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네요. 그만큼 컨텐츠의 회전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위험요소를 안고 가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2. 비용의 문제
당연히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서 개발 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공급 기업 측에서는 꺼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상품기획을 전문적으로 수행해 낼 수 있는 인력이 있다면.. 인건비 상승도 무시할 수 없겠죠. 현재의 열악한 컨텐츠 개발 시장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 인력의 문제
현재의 교수설계는 대부분 교육공학을 전공한 인력이 담당하고 있으나 상품기획이 심화되는 경우 교육공학/교육학 쪽 인력보다 각자 다른 전공을 보유한 인력이 필요해 질 것입니다. 로스쿨과 같은 원리죠. 하지만 이런 인력을 구하기 위해서는 교육공학/교육학/교수설계 등에 대한 재교육이 실시되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인력을 구한다는 것이 참 힘들어 보입니다.
얼핏 생각했을 때도 이정도의 문제가 있으니 진정한 상품기획은 멀게만 보입니다. 그렇지만 결국 그런 형태로 나아가게 되겠죠.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하구요. 이러닝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결국 컨텐츠라 보기 때문입니다. 이외에 솔루션, 서비스 등은 2차적인 문제죠..
이래저래 뒤숭숭해지는 글이네요.. ^^;;;
맞는 말씀이십니다. 소위 '캐즘'을 넘기에 이러닝 산업의 구조는 '발주-수주'의 구조로 너무 고착화 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자체과정의 성공 여부에 따라서 회사의 흥망이 결정될 수도 있거든요.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저도 뒤숭숭해서 쓴 글인데, 제 글로 인해서 더 뒤숭숭해지셨다니 죄송하네요. ^^ 자주 놀러오세요~
2008/08/11 23:09저는 이러닝에 큰 관심이 없었구요, 아직도 이러닝에는 관심이 별로 없지만^^; 얼마전에 알게된 이 블로그가 좋아서 구독하고 있는 독자입니다.
2008/08/11 18:41이러닝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고민하신 듯 한 글이에요.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에요~ 라고 적으면 싫으시려나요? 저는 회사에 들어온지 2년차인 약간 낡은 신입사원인데 훨씬 먼저 입사해서 거의 정년을 바라보는 부장급들 선배사원을 보면 이 글에서 적어놓으신 것과 비슷한 고민을 하시더라구요. 남의 것을 가져다가 보여주는 것 만으로는 살 수 없겠구나, 이런 고민이요. 저도 덩달아서 이런 고민에 합류하게 되었구요, 그런 차에 이 글을 읽게되어 반가워서 댓글 남깁니다.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8/08/11 23:10이러닝 분야는 나름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고민이 이러닝 업계만의 문제는 아닐 것 같네요.
자주 방문하시어 좋은 의견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